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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04 THE BIG ISSUE (빅 이슈)


몇 년 전에 원스(Once)라는 제목의 독립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 영화의 주인공 두 명은 길거리에서 서로를 만난다. 남자 주인공은 어두운 밤 길거리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하고, 여자 주인공은 우연히 이를 목격하게 된다. 여자 주인공은 잡지 몇 권을 품에 꼬옥 안고 있다. ‘The Big Issue'라는 제목이다.



  이 Big Issue라는 잡지는 제목 그대로 영국에서 빅 이슈였다. 노숙자 자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잡지의 판권을 노숙자에게 맡겨 그들의 자활을 돕는 사회적기업이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의 잡지라고 해도 데이비드 베컴, 폴 메카트니, 비욘세 등의 유명인들이 무료로 표지모델을 하고, 해리포터의 작가인 조앤.K.롤링같은 유명작가들이 글을 쓰는 경쟁력 있는 잡지이다. 1991년 첫 창간하여, 창간 후 벌써 21년이 지난 이 노숙자 자활 프로그램은 오랫동안 성공을 거두고 있다. ‘Working, Not Begging’라는 이들의 구호가 이 모든 것을 잘 압축하여 보여준다.


  잡지 판매 대금 3,000원의 절반이 넘는 1,600원이 홈리스 판매원에게 돌아가는 구조이다. 기사 작성과 편집, 디자인, 번역 등 많은 부분에 걸쳐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재능 기부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통해 비용을 최소화 하고 수익을 홈리스들의 자활에 활용하고, 나머지 금액은 Big Issue의 운영에 활용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역삼에 있어, 그 회사 주변을 다니다보면 역삼역 1번 출구 앞에서 Big Issue를 판매하고 있는 '빅판 (빅이슈 판매워)'을 자주 본다. 이 분은 언제나 활기가 넘치고 정말 열심히 일을 하고 있으셔서 볼 때마다 내가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한 가지 다짐을 하게 됐다. 아직까지 빅 이슈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틈틈이 한 권씩 사서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때 선물을 하는 것이다! 매출도 올려주고 홍보까지 하게 되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또한 '빅돔'이라 하여 Big Issue 판매원 도우미도 모집한다고 한다. 자립을 위해 거리에서 당당히 Big Issue를 판매하는 빅판 옆에서 함께 홍보하고 이들의 사회 복귀를 응원하는 활동을 한다고 한다.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홈페이지 www.bigissue.kr 에서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영국에 탐방을 갔을 때, 잡지를 구입하고 사진 한 컷을 부탁드렸다.



[사회적 기업이란?]


  이처럼 사회적기업이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고 이를 위해 수익창출 등의 사업 활동을 하는 조직을 뜻한다. 우리나라 노동부에서는 노동정책의 일환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으로 좋은 일 하면서도 수익을 내는 기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을 일러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미국의 선도적인 성장 산업'이라 전망했고,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의 데이비드 거겐(David Gergen) 교수는 '개혁의 새로운 엔진'이라 평가했다. 이처럼 사회적기업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굉장히 밝다. 실제로 영국의 사회적기업 수는 앞서 언급한 Big Issue를 포함하여 5만 5천여 개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의 수가 현재 251개(2011년 기준)에 불과하니 20배도 아니고 200배나 차이가 난다. 가히 사회적기업의 천국이라 할 만한 수치이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대부분의 영국의 대학교에서 교과과정 혹은 인턴십 과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기업가를 양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Skoll 센터가 후원하는 옥스퍼드의 ‘Skoll Centre for Social Entrepreneurship’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교과과정을 개설하여 사회적기업가를 양성하기도 하고, 사회적기업가에 관한 Skoll세계포럼을 열기도 하는 등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기업가에 대해서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기업가를 대학에서 직접 양성함으로써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고, 또 이러한 공헌을 통해서 학교 이미지 제고의 효과를 얻기도 한다. 옥스퍼드와 캠브리지 등의 해외의 명문대학들은 지역사회의 사회적기업과 연계하여 많은 사회적 이익을 창출해내고 있다. 특히 옥스퍼드 대학의 경우에는 사회적기업가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Skoll Centre를 통해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고, 이 덕분에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존경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사회적기업가 양성에 대한 관심은 미래의 리더들에게 있어 사회적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작은 관심이 이들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랑을 실천하는 존경받는 리더로 탈바꿈 시킬 수 있는 것이다. 경영학 수업을 들었다고 해서 모두가 경영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수업을 통해 적어도 경영학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점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 마찬가지의 논리가 여기에도 적용이 된다. 사회적기업가를 양성하는 과정을 통해서 모두가 사회적기업가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작은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것이 내가 한양대학교에 '사회적 기업가 정신' 강의 개설을 처음으로 제안하게 된 계기였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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